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일상입니다.
영화는 기상 알람부터 스케줄 관리 앱, 교통 앱, 모바일 결재를 오가며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처음부터 보여줍니다. 장면은 무려 3분 넘게 이어집니다. 주인공의 스마트폰만 비추면서 말입니다.
누군가 당신인 척하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인 나미(천우희)는 버스에서 졸다가 스마트폰을 버스 안에 떨어뜨린 채 하차를 합니다. 스마트폰을 주운 이는 준영(임시완). 안경을 쓴 샤프한 느낌의 남성입니다. 그는 나미의 폰에 걸려오는 전화와 알림으로 SNS 아이디, 친구 이름을 아는 걸로도 모자라, 수리를 핑계로 스파이웨어까지 몰래 설치한 뒤 돌려주지요. 스파이웨어는 나미의 스마트폰을 통해 그녀의 나미의 모든 걸 알아냅니다. 취미, 직업, 일상, 가족관계 등을 찬찬하고 꼼꼼히 정리한 후 다시 나미 주변에 접근합니다.
준영은 사실 연쇄살인범 용의자입니다. 그를 쫓는 이는 지만(김희원)으로 사건 현장에서 아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를 몰래 조사하기 시작하지요. 그 와중에 나미의 일상은 철저히 망가져 갑니다. 알아낸 개인정보로 범인이 아예 나미 행세를 하며 인간관계를 일부러 망가뜨렸기 때문입니다. 단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말입니다.
'당신의 스마트폰으로 누군가 당신인 척하고 있다'란 영화 태그라인은 그런 상황을 그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제목 그대로 스마트폰을 분실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일본소설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시가 아키라 작)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일본에도 이미 같은 이름으로 2018년에 영화가 나온 바 있습니다. 한국 버전은 최신작인만큼 훨씬 진화된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만큼 몇 년 사이에 스마트폰은 일상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그만큼 영화가 던지는 의미가 더 소름 돋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수단 이상의 것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스마트폰에 의존하지만, 개인 정보가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영화는 우리의 삶 전체가 스마트폰 안에 담겨 있는 세상과 이 개인 정보가 잘못된 사람의 손에 넘어갈 수 있는 잠재적인 결과를 묘사합니다. 평범한 삶이 공포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개인 정보 탈취로 인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 상기시킵니다. 우리의 스마트폰이 단순한 기능적인 장치가 아닌 우리 자신의 연장선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영화에 묘사된 두려움과 공포는 더욱 뚜렷해지죠.
영화는 초광각 줌 렌즈, 고프로, VR 카메라 등 다양한 렌즈와 장치를 접목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연출합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연기 영역을 넓혀가는 임시완의 연기도 주막할 부분입니다. 그는 이전에 주로 긍정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준영 역을 하는 그의 연기는 뒤틀린 성격을 잘 포착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스마트폰에 대한 우리의 의존과 그것들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적 연출은 아주 살짝 아쉽지만 출연진들의 뛰어난 연기만으로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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